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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사를 비난만 할 수 없는 이유
[ 10/15/2011 ]
 
올 6월 SM엔터테인먼트는 프랑스 파리에서 ‘SM Town Live in Paris’라는 소속사 아이돌그룹들이 출연하는 콘서트(사진)를 했다. 소녀시대·슈퍼주니어·에프엑스 등이 출연해 노래 부르자 콘서트장을 가득 채운 유럽 각지에서 모인 1만4000명의 청중은 환호를 질렀다. 공연 내용은 바로 유튜브에 올라간다. 최고 인기인 소녀시대가 ‘지니’를 부르는 영상은 단 하루 동안 무려 120만 건의 조회 횟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한류가 아시아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SM엔터테인먼트의 파리 공연 성공을 보면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공산품만 만들어 수출하던 한국이라는 국가가 이제 공산품이 아니라 문화도 전 세계로 수출하는 나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SM·YG·JYP 등의 몇몇 대형 기획사는 체계적인 인재 선발과 양성 시스템, 세계적인 차원의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해 전적으로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여 운영되던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구도를 180도 바꿨다. 이처럼 산업계의 판도를 바꾼 이수만·양현석·박진영씨를 비롯한 몇몇 리더의 선견지명과 리더십에 박수를 보낸다. 한국경영학회에서는 이런 업적을 기려 2011년 8월 강소기업가상을 이수만씨에게 수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련 한류 열풍에 대해 비판적인 소리도 일부에서 가끔 제기된다. 어린 연예지망생을 뽑아 혹독한 훈련을 시키며 무려 10년 동안의 장기계약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노예계약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한류 열풍의 숨겨진 이면이라고도 부른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비판이 합당하고, 장기계약이나 혹독한 훈련을 없애는 게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 보자.

SM 등의 회사들은 전 세계에 걸쳐 인재를 발굴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중국·일본·태국 등 다양한 국가 출신들이 활동하고 있다. 선발된 연습생들은 평균 3년 정도씩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다. 회사에서는 개개인의 약점을 파악한 뒤 가장 조화가 되는 멤버들로 팀을 구성한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명 작곡가들과 접촉해 팀 성격에 가장 알맞은 곡을 고른다. 전문가들로부터 노래와 춤·매너·대화법과 외국어까지 공부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모든 준비가 끝난 뒤에야 데뷔할 수 있다. 그리고 데뷔 후 유명해지기까지 또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이들 가수가 널리 알려져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대략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뒤 3~5년쯤 지나서다. 그 후 5~7년쯤 더 활동하면 계약기간이 끝나는 셈이다.

이런 과정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가수는 몇 명뿐이지만 그 가수들을 기르는 과정의 뒷면에서 수많은 사람이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자한다고 해도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 마지막까지 남아 가수로 성공해 회사에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 성공한 몇몇 스타가 창출하는 이익으로 회사 전체가 먹고사는 셈이다.

이제 관점을 바꿔 생각해 보자. 지금 금융위기의 여파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투자은행들의 지나친 단기 성과 평가 문제였다. 분기별 성과 평가를 통해 막대한 보너스를 지급하거나 해고를 반복하니 투자은행의 임직원들은 단기 업적을 올리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자신들이 판매한 파생상품이 엄청난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3년이나 5년 후 회사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단기 성과를 올리지 않는다면 5년이 아니라 1년도 되기 전에 해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근시안적인 성과 평가 시스템이 세계를 큰 고통에 빠뜨린 셈이다.

연예지망생의 계약 문제도 마찬가지다. 만약 1년이나 2년 동안의 단기계약만 할 수 있다면 어떤 회사도 신인을 발굴해 철저한 훈련을 거친 뒤 데뷔시키는 번거롭고 힘든 과정을 거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남이 발굴하여 투자를 통해 기른 사람을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손쉽게 빼앗아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를 하지 않았으므로 쓴 돈이 없으니 기존 회사보다 좋은 계약조건을 손쉽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특허권을 장기간 보호하지 않는다면 막대한 돈을 투자해 신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다른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베끼는 게 더욱 손쉽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아무도 상당한 기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경영학회 곽수근(서울대 교수) 회장이 강소기업가상 시상식에서 강조한 SM의 성공비결도 바로 “먼 미래를 바라본 장기투자”였다.

훈련생들에게 혹독한 훈련을 강요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필자가 일하는 학교의 회계학 전공 토종 박사들이 매년 세계 명문대 출신 박사들을 제치고 홍콩·마카오·영국 등의 유명 대학에 교수로 임용되고 있다. 그런 결과를 얻기 위해 학생들은 매일 아침 일찍 연구실에 나와 한밤중까지 공부에 열심이다. 이런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교수들도 끊임없는 연구와 교육에 몰두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혹독하게 공부시킨다고 할 수 있지만 이런 고통의 과정 없이 적당히 공부해 세계 수준의 학자가 될 수 없다. 필자도 박사 과정 학생들에게 더 열심히 하라고 훈계할 때가 있다. 그러나 필자의 강요 때문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밤낮으로 공부한다.

가수나 배우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연습생들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연습해 세계적인 스타가 나올 수 없다. 물론 회사에서 일부 강요도 하겠지만 연습생 개인들도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이러니 반드시 혹독한 훈련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요즘 젊은 세대들 중에 아무런 대가 없이 일만 시킨다면 그대로 따를 사람도 없다.

결론적으로 장기계약과 힘든 훈련 모두 한류 확산에 기여한 요인인 셈이다. 힘든 노력 없이 화려한 결과가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일부 문제가 있는 계약조건은 고쳐야겠지만 이런 시스템을 모두 버린다면 지금 이제 막 올라오기 시작한 한류의 싹을 밟는 행위일 것이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명과 암이 있다. 싫은 것은 버리고 좋은 것만 고르는 방법은 없다. 편하면서 돈도 잘 버는 직업이라는 것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디즈니 월드의 창립자인 월트 디즈니는 “끝까지 노력하기만 하면 모든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남긴 바 있다. 바꿔 말하면 노력 없이 저절로 이뤄지는 꿈이란 없다. 오늘도 아픔을 참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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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학(44) 서울대 경영대학 학부와 석사 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회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학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종학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